[전시노트]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May 19, 2026

[전시노트]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산은 풍경이 아니라, 결국 한 사람의 내면과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한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는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 안에서 유영국이라는 이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전시다.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대표작부터 미공개작까지,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전시의 밀도였다. 치밀하게 설계된 동선 안에서 1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이 이어지지만, 특정 작품 하나를 과하게 부각하기보다 작품들 사이의 연결과 균형감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공간은 조용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작품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Photo by ARTN Edition

유영국의 산은 실제 풍경의 재현이라기보다 색과 형태로 응축된 감각에 가깝다. 빨강과 초록, 파랑 같은 선명한 색들이 화면 안에서 부딪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차분해진다. 단순하게 정리된 산의 색면 안에 시간과 감각의 층위가 오래 남는다. 충분히 현대적이고, 오히려 지금 시대와 더 잘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들 사이에서, 한 작가가 평생 붙들었던 예술의 세계를 긴 호흡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전시를 보고 나오며 오래 남았던 건 결국 아주 단순한 감정이었다. 좋은 그림은 이유 없이도 사람을 오래 머물게 만든다는 것, 그냥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일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전시장 아트샵 역시 보는 재미가 꽤 크다. 전시 도록부터 포스터, 다양한 아트 굿즈까지 구성의 완성도가 높고, 유영국의 조형 언어를 일상 안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게 만든다. 아트앤에디션 온라인에서도 전시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는 유영국의 판화와 에디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 Info
    •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 2026.05.19 - 2026.10.25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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