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llusion of Reality (현실의 환영)
May 12 – May 31, 2026
- Exhibition Details
- The Illusion of Reality (현실의 환영)
- 백합문화재단 이브갤러리 × 아트앤에디션 Collaboration
- May 12 - May 31 , 2026
- 이브갤러리 1층 (강남구 영동대로 114길 5)
- Artist
- 김시현, 최경문, 태인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순간, 현실은 다시 시작된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어떤 매개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며, 그 과정에서 현실은 미묘하게 변형되고 재구성된다. 〈The Illusion of Reality〉는 극사실주의 회화를 통해 정교하게 재현된 사물의 표면을 따라가며,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어온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의미와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전시이다. 세 작가의 작품은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감각과 해석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김시현의 작업에서 보자기는 단순한 생활 도구를 넘어 감정과 마음을 전달하는 상징적 매개로 등장한다. 화면 속 보자기는 부드러운 천의 질감과 풍부한 색채로 표현되며,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형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암시한다. 작가는 보자기를 물리적인 사물을 감싸는 기능적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감정과 관계를 전달하는 상징적 장치로 확장한다. 보자기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관객은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정성,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최경문의 작업에서 유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드러낸다. 투명한 유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빛의 반사와 굴절을 통해 익숙한 대상을 미묘하게 뒤틀린 이미지로 변화시킨다. 극사실적 기법으로 재현된 유리의 표면은 실제보다 더 선명한 질감과 빛을 드러내며 관객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긴다. 그러나 유리를 통과해 보이는 오브제는 형태와 색이 섬세하게 변형되며,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현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태인의 작업에서 도자기는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시간과 존재를 담아내는 매개로 등장한다. 화면 속 도자기는 흙에서 시작해 형태를 갖추고, 시간의 축적 속에서 완성되는 과정을 응축해 보여준다.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표면에는 유약의 흐름과 균열, 빛의 반사가 담기며 사물이 머금은 시간의 밀도를 드러낸다. 이때 도자기는 기억과 삶의 흔적을 품은 존재로 확장되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 전시에서 사물은 단순한 정물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 그리고 인식을 매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관객은 정교하게 그려진 사물의 아름다움에 이끌리면서도, 그 표면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의미와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일상의 사물들은 현실을 재현하는 동시에,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어온 세계의 경계를 조용히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