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시간, 남종현의 여백에 스미다
Nam Jong Hyun
Special Edition by Nam Jong Hyun
- Original works 5% · Prints 15% (Up to 10 works per piece)
- Jan 6 – Feb 1, 2026
사진가 남종현은 항아리, 책가도, 꼭두, 의자처럼 오래된 사물을 통해 시간을 기록합니다. 그의 작업에서 사물은 기능의 대상이 아니라, 한 시대를 지나온 존재로 다시 놓입니다. 빛과 그림자를 최소화하고 여백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물의 외형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감각에 집중합니다.


한지 위에 남겨진 나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 머물러 있지만, 실물을 보지 않고서는 그 감각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고, 많은 사람들과 보편적으로 나누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는 작가로서 늘 마음에 남아 있던 숙제이자 고민이었다. 이번 아트앤에디션 공방에서 제작된 나의 판화 작업은, 사진이라는 복제 매체를 다시 판화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한층 더 허무는 새로운 시도이자 기쁨이었다. 원화가 지닌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또 하나의 층위로 재탄생한 이 판화 작업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꿈꾸게 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램은 없겠다.
_ Nam Jong Hyun

여백으로 바라보는 사물
아트앤에디션에서는 남종현 작가의 항아리 사진 두 점을 판화 에디션으로 새롭게 제작해 소개합니다. 비정형의 형태를 지닌 항아리는 특정한 방향성을 강요하지 않고, 그 자리에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관람자는 여백 속에 시선이 머물고, 사물이 품고 있는 시간을 천천히 마주하게 됩니다. 남종현의 사진 작업에서 중요한 매개는 한지. 닥나무를 베고 삶고 두드리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한지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물질이자, 시간의 흔적을 받아들이는 표면입니다. 그림자를 덜어낸 사물은 한지 위에서 번지고 스며들며, 사진은 회화에 가까운 감각을 더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록과 감상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흐려집니다.


사진에서 에디션으로
아트앤에디션은 이 사진 작업을 판화 에디션으로 재해석해, 작품의 사유와 여백을 일상 가까이로 가져옵니다. 사진이 지닌 고유한 밀도는 유지하되, 에디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공간 속에서의 존재감은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됩니다. 벽에 걸린 한 점의 에디션은 사물과 시간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됩니다.
남종현에게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 그의 작업은 사물을 설명하기보다, 침묵 속에서 전해지는 감정과 기억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이번 New Edition은 사물을 통해 시간을 기록해 온 한 사진가의 태도와 그 과정이 판화 에디션이라는 형식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담아냅니다. 여백 속에 머무는 항아리처럼, 이 작품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오래도록 천천히 바라보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