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N EDITION

ESSAY #4

내 삶의 기억 내 삶의 이야기들 KARMA




최영욱작가는 조선 백자의 정수로 꼽히는 달항아리를 소재로 하는 작가입니다. 

2010년에 미국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빌 게이츠 재단이 그의 작품을 사들였기 때문에 그는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의 달항아리는 모양이 반듯하지 않고, 한가운데 불룩한 부분이 어긋나 있어 불균형해 보이며, 도자기의 빙열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그의 항아리의 그림들은 얼룩의 정도, 색의 농도, 항아리 크기 등이 모두 다르기도 합니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의 그림은 기억의 이미지화, 소통의 매개체다. 기억은 특정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미지를 통해 기억은 표출된다. '지각과 경험의 울타리'(기억)에 근거해

어떤 의도가 시도되고 감정이 표출되고 소재나 재료, 색감이 선택되고 이것은 어떤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결국 내가 표현한 이미지는 내 삶의 기억, 내 삶의 이야기들이다.

나는 내 그림 속에 내 삶의 이야기들을 펼쳐 내고 있는 것이다.”


달처럼 둥글고 하얀 그러면서도 불균형해 보이는 그의 달항아리는 그의 기억, 그의 삶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의 달항아리를 바라보면 볼수록 저도 저의 기억과 저의 삶을 회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달항아리 작품들의 제목이 모두 ‘카르마(Karma)’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인연’에 가까운 카르마라는 의미라고 하니, 그의 작품은 삶속의 인연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는 달항아리의 단순한 형태만이 아니라, 달항아리 표면의 빙열과 얼룩을 정성껏 재현합니다. 작가는 자신이 일일이 그어 넣은 표면의 빙열이 곧 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 삶이 곧 길의 연속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쭉 뻗어 나가기도 하고 구불구불 굽기도 하고, 가다가 끊어지기도 하고 막히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길속에서 기쁨과 슬픔 등 삶의 많은 감정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작가의 빙열은 우리 삶의 애환을 회상하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달항아리로부터 기억의 이미지, 소통의 매개체라는 말들을 떠 올리면서, 이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사람, 처음으로 소통하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바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라는 말은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의미로 통합니다.

그래서 드보르작의 집시의 노래 중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준 노래’라는 작품을 달항아리를 감상하면서 들어보십시오.

(Dvorak _ Ciganske Melodie Op.55 - IV. Songs My Mother Taught Me) 달항아리의 순수하고 넉넉한 모습을 보면 어머님의 사랑이 생각납니다.

각자의 어머니는 모두 다르지만 우리가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그 이상향, 그리고 그리움은 모두 동일합니다. 


제가 이 곡을 추천하는 이유는 당시대 문인 아돌프 하이둑이 붙인 가사 때문입니다. ‘늙으신 어머니, 나에게 노래 가르쳐 주셨고,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그 노래 들려주노라’

세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우리는 어머니라는 존재와 소통을 합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사랑은 자식에게 전해 줍니다.

어쩌면 최영욱 작가의 하얀 달항아리는 우리를 선한 삶의 자리로 데려다 주는 인도자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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